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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말풀이
> 특별기고
"남녀는 차이가 있을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이가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옳고 정확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과학 연구에서, 늘 남녀가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하여 연구가 수행되었던 것은 아니다.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미국에서 시판되던 10종의 약이 판매 금지되었는데 이들 중 8종은 여성에게 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문제가 되었다(그림 참조). 이처럼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빈번하게 나타난 원인을 조사한 결과, 약의 개발을 위한 전임상과 임상 시험 단계에서 성별 영향을 간과하고 수컷 쥐와 남성만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조사하였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1993년 NIH Revitalization Act에 의해 임상 3상에서는 반드시 여성도 시험 대상으로 포함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전임상 시험 단계에서 성별 영향을 고려하는 지침이나 시도는 부족하였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은 기초 연구나 전임상 단계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되고 수행된다. 따라서 기초 및 전임상 단계 연구에서 양쪽 성별에 대한 약의 효과나 부작용, 작용 기전의 차이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되는 임상 연구 단계에 진입한 다음 예기치 않은 문제에 봉착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미국 NIH에서는 2014년 기초나 전임상연구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은 물론 세포도 성별 균형을 맞추고, 얻어진 연구 결과를 성별에 따라 분석하며, 학회지에 보고할 때 사용된 실험동물과 세포의 성별을 명확히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경우 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성별을 손쉽게 판별할 수 있어서, 성별에 따라 기본 생리 활성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 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수긍이 간다. 하지만 암 수 개체에서 분리된 세포들은 동일한 세포 소기관을 가지며 육안이나 현미경으로 구조와 형태를 관찰하여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 또한 대사, 증식, 분화, 사멸 과정 등 세포 기능에서도 뚜렷한 성별 차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별이 다른 세포가 내재적으로나 외부 반응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male 세포는 성염색체로 XY를 갖는 반면, female 세포는 XX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며 male과 female 유래 세포가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음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실제로 성별에 따른 세포 간 차이를 조사한 몇몇 선구적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female과 male에서 분리된 세포가 뚜렷이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빠르게 인식하고 기초 및 임상 연구에서 성별 영향을 고려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제도 도입을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나아가 성별 영향에 더하여 젠더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많은 경우에 성별(Sex)과 젠더(Gender) 두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성별과 젠더는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르므로 구분지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성(혹은 성별)은 개체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처럼 생물학적 특성에 기반 하는 것으로 male(암)과 female(수)로 나뉠 수 있다. 인간은 물론 동물과 세포도 성별을 나눌 수 있다. 반면, 젠더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태도와 행동에 기반 하는 것으로 남성적(masculine) 혹은 여성적(feminine)처럼 대부분 인간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과학 기술연구에서의 젠더혁신이란 성별과 젠더를 고려한 연구를 통하여 연구 수월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결과 연구 투자의 효율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성별 영향을 고려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실험동물 사육시설 확충은 물론 암수 동물을 함께 실험하기 위한 연구 인력의 보충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실험 규모 확대는 연구비 증가가 선행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세포 실험에서 성별 균형 맞추기는 연구비 증가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에 더하여 고려할 사항들이 더 있다. 필자가 최근 보고(Am J Physiol Cell Physiol. 2015; 308(7):C578-80)한 것처럼 실험에 사용할 세포들을 판매하는 국제적 세포 판매 회사들이 성별에 따라 세포를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search engine)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일일이 찾아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성별 표기 없이 판매되는 세포도 의외로 많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사용될 세포의 성별에 관심을 가지고 세포 판매회사에 문의하면 점차 좋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얻어진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할 때 사용한 실험동물과 세포의 성별에 따라 분석하여 차이점이 있든 없든 그 결과를 명확히 기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사항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학술지에 보고된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설계하고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별과 젠더의 영향을 고려한 연구 결과들이 학술지에 보고되기 시작하면 매우 빠르게 젠더 혁신 연구가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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