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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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비밀을 담고 있는 유전정보는 평생 그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는 불변성, 부모와 형제자매는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친척들 사이에서 많은 정보가 동일하다는 가족 공유성, 일정한 숫자 이상의 염기서열을 확인하면 그 내용이 다른 사람과 절대 일치하지 않는다는 고유 식별성, 유전 정보 만으로도 그 정보주체의 물리적 또는 신체적 특징을 예측할 수 있다는 표현형 예측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다른 어떤 종류의 개인정보와도 다른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 물론 유전정보가 한 개인의 다른 건강정보(health information)와 특별히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유전정보 예외주의(genetics exceptionalism)에 반기를 드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런 주장을 잘 살펴보면 유전정보를 평가절하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유전정보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건강정보도 한 개인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민감한 정보이기는 매한가지이므로 다 같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 유전정보를 한결같이 민감하게 다룰 것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민감한 유전정보인지를 따져서 보호 가능성을 차등화하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최근 참석했던 한 학술행사에서는 개인정보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유전정보는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나온 결과가 본인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본인에게 불리한 유전정보로 국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분이 계셨었다. 이러한 주장은 안 그래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개인정보의 활용 가능성이 경직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치가 높은 유전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틈새를 조금이라도 더 열어보고자 하는 실용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정보에 기하여 차별을 하는 것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아예 금지하고 있고, 본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누군가의 유전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한다거나 이용하는 것 또한 금지되고 있으므로, 현행법이 수용할 수 있는 해석론은 아니다.
  • 이처럼 유전정보의 본질이 다른 개인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하고 민감하고, 이를 반영하여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이러한 유전정보를 매우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한다면 제도가 잘 만들어져 있으니 일단 안심은 된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특히 유전체정보는 NGS 등장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로 그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유전체 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완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요청의 배경에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전체 정보의 활용이 우리보다 훨씬 용이하다는 현실적인 좌절감이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필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국의 유전(체) 정보 보호제도가 우리보다 너그럽다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관한한 상대적으로 가장 너그럽다는 미국조차도 Common Rule의 최근 개정안에는 인체유래물(biospecimen)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그 자체로 인간 대상 연구로 간주함으로써, 인체유래물을 2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연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체유래물 제공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는 biospecimen에 있는 유전체정보를 분석하면 이는 본인에 관한 매우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NIH가 공포한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Genomic Data Sharing Policy 역시 미국 정부가 유전(체) 정보의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이다.
  • 유전체 정보의 수집과 활용의 규제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제 연구 환경은 다르다면, 외국과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 필자는 혹시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자원자들의 선의가 또 하나의 큰 차이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미국의 Personal Genome Project 등 다양한 유전체 정보 집적 프로젝트들이 성공한 데에는 분명 자신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학 발전을 위하여 기증하겠다는 이러한 선의가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외국의 유전체 정보 프로젝트를 벤치마크한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여러 연구기관들에 의하여 시도가 되었지만, 목표한 만큼의 자원자들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유전체 시대에 있어 우리나라 연구의 도약을 막는 것은 경직된 개인정보 보호법제도 한 몫을 했겠지만,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기증하려는 자원자가 부족해서는 아닌지도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 발전을 위하여 개인 정보 가운데 가장 특수하면서도 민감한 유전(체)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유전체 시대의 기부 문화”를 조성하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 볼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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