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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학회 참관기
해면미생물은행
원 동 환 연구원
(서울대학교 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
1323년 여름, 전라남도 신안군 도덕도 앞바다에 선박 한 척이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
1975년 8월, 청자와 병 6점이 도덕도 인근에서 어부의 그물에 인양되었다.
1976~1984년, 10차에 걸쳐 주화와 도자기 등의 고고학적 보물들이 다수 인양되었다.
1984년,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침몰한 배가 중국 양쯔강(揚子江) 어귀 닝포항(寧波港)을 떠나 일본 교토로 가는 수출품을 싣고 가는 무역선이었음이 판명되었다.
2016년 9월 20~22일, 서울대학교 해면미생물은행이 교토에서 열린 ANRRC에 참가하였다.
참관기에 앞서 본인이 있는 연구소재은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소재은행은 바다 속에서 보물을 꺼내는 일을 한다. 깊은 바다 속에서 해면을 채집하고 해면 속 미생물을 꺼내어 우리 인류에게 유용한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만큼 가치가 있는 보물이 바다에 널려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1323년에 발생한 태풍이 2016년 9월 20일에 발생한 태풍과 맞닿아 있다고 하면 좀 억지가 아닐까? 어찌 되었든 2016년 9월 20일, 교토를 지나가는 태풍으로 인해 학회 참가자들이 제시간에 학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팀은 학회 당일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하였고 하루 전날 도착하여 태풍을 피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2016년 9월 교토에서 한국으로 가져간 보물 중 일부를 나누고자 한다.
1. 아쉬움 - 이연희 교수님의 사임
전 연구소재중앙센터장이자 ANRRC 초대회장인 이연희 교수님의 사임을 알리는 서신을 소개하는 자리가 시작하기 앞서 있었다. 국제회의에서 한 분야의 대가가 사임 또는 소천하게 되면 학회 개회에 앞서 그분의 활동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 불과 얼마 전에 이연희 교수님을 가까이에서 뵈었는데, 이 교수님의 역량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2. 한심하다는 마음은 부러움으로 - 아 통한의 1910년
Shuhei Nasuda 박사(일본 교토대학 농과대학원)는 ‘밀’종자 연구소재를 발표하였다. 이 친구가 보인 첫 사진은 100년 전에 자신이 속한 실험실을 설립한 교수(Dr. HItoshi Kihara)가 밭에서 농기구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뭐 저런 것을 이야기 하는가’ 하는 한심하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창립자가 연구한 밀 염색체를 1910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은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1910년 한일합방으로 어지러웠던 그 시간에 섬나라의 한 과학자는 염색체의 사진을 찍고 육종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설립자를 기리면서 설립자가 제작한 연구소재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부러웠다. 한 해, 한 해를 연명해 나가기 바쁜 나의 프로젝트 환경과는 정말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 해면미생물은행도 100년 후, 후배들이 원동환 박사의 스쿠버다이빙슈트를 입은 멋진 모습을 앞 슬라이드에 보이면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3. 두려움 - 문제는 소재의 quality
Brenda Kumar Yadav 박사는 한국 노래를 잘 부르는 재미있는 친구이다. 전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도에서 암환자의 조직을 보관하고 분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친구의 연구소재 발표 또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민망한 사건이 Q&A 시간에 발생했다. 호주에서 온 친구가 “네가 가지고 있는 소재를 분양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생물학적 소재에 대한 AIDS나 Hepatitis C검사는 했어?”라는 질문을 했다. 순간, 회의장에 정적이 흘렀다. 소재의 질적인 부분과 그에 따른 국가간 장벽을 두려움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4. 맛있는 디너 - 우리도 이런 공무원이 있었으면
학회의 꽃은 만찬이다. 와인과 치즈와 더불어 새로운 만남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만남은 학회의 개회사를 발표한 일본 공무원과 함께 어울렸다는 것이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낸 개회사를 높낮이 없이 읽고 퇴장하는 우리나라 공무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학회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과학자들과 같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저게 진짜 노벨상을 받은 나라의 공무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끝으로 베트남, 파키스탄, 중국, 인도, 호주, 대만 등 많은 나라의 소재은행장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과학자들이 같이 연구소재를 공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반하여 국가간 보호장벽은 점점 높아져 간다는 것을 느끼는 회의였다. 더불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생물학적 소재를 바라보는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옮겨 다니는 이 좋은 세상에 여전히 연구소재는 옮겨 다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1323년에는 풍랑에 의해 연구소재가 좌초되었지만 21세기에는 국가간 입장 차에 의해서 연구소재가 좌초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아시아 지역의 소재은행들이 모여 ANRRC란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이렇게 매년 학회를 통해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ANRRC 사무국을 맡고 있는 중앙센터와 함께 38개 연구소재은행이 저력을 발휘해 국가간 보호장벽을 넘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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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8] ANRRC 참관기 (해면미생물은행 원동환 연구원)
[vol.17] ① ISBER 2016 참관기 (한국부인암은행 권현자 연구원)
[vol.17] ② PHAGE THERAPY 2016 참관기 (박테리오페이지은행 차경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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